[뉴스] 영국서 뜨거운 ‘사후정자 기증’, 0% 출산율 바꾸나

최근 영국의 의료윤리 저널에는 ‘사후 정자 기증’을 도입해야 한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생명윤리 학자이자 의사인 저자들은 사후 정자 기증이 윤리적인 방식이며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2018년 영국의 한 부유한 부부가 사망한 아들의 몸에서 정자를 추출 동결해 대리모에 이식한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은 시험관 시술 등에 쓸 기증 정자 부족으로 매년 약 7천 개의 정자 샘플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사후 정자 기증은 일반 정자 기증자들이 수개월 동안 의료기관을 오가야 하는 부담 없이 다양한 기증 정자를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전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인 대한민국도 난임 지원책이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난임 정책의 사각지대로 꼽혔던 ‘남성 난임’ 해소를 위해 비뇨기과 검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문두건 교수는 “불임의 원인 중 여성 단독 요인이 대개 한 40~ 50%를 차지하고 남성 단독 요인이 20%, 남녀 모두 문제가 있는 경우가 30~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남성 측 요인이 불임 요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며 “정액 검사 등을 포함한 남성 난임의 진단, 치료 등 비뇨의학과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사후정자 기증’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난임 부부의 절박한 심정과 불법적인 행태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이유 때문인데요.

인천 서울여성병원 난임과 안영선 부원장은 “남성 난임의 상당수는 무정자증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증 정자가 꼭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기증 정자를 사용해서 임신할 때는 사회적인 편견, 법적인, 또는 윤리적인 많은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난임과 저출산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된 사후 정자 기증,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있는데요.

인천 서울여성병원 난임과 안영선 부원장은 “남성 불임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증 정자를 늘리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돌아가신 분의 정자를 받아서 임신하게 되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사회적 부담감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기증 정자를 받아서 임신했을 때 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자 기증인을 비밀에 부치지 않는 영국에서는 ‘사후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 어떡할 것인가?’ 하는 논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에서는 ‘사후 정자 기증을 논의하기보다 젊고 건강한 정자 기증자를 모으는 데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되고도 있는데요.

난임 부부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도 있는 사후 정자 기증이 윤리적 논란을 잠재우고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